본문 바로가기

여행

안나푸르나 - 세 유부남의 가벼운 여행 네째날(2)

2011. 11. 19.
우리 일행의 짐은 정해져 있다.
그 짐을 네 명이 나눠 진다.
누군가가 가볍게 지면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
세상살이다.

롯지에서는 식사 주문을 하고 한 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식사가 나온다.
어느 정도 식객이 올 지를 모르니,
손님이 들어와 주문을 한 후에 그 때서야 재료를 다듬어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가 고프기 전에 식사 장소를 정해 짐을 풀어야 한다.

점심식사 후 잠깐의 휴식을 마친 후 우리 일행은 간드룩을 향해 출발.

 

이 길을 돌아서면 어떤 길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까?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

산촌마을에서는 한해 농사로 거둔 곡식을 말리고 있다.


멀리 구름 속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안나푸르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후언선배.
여느 사진작가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다.

힘들기 전에 쉬어줘야 하는데...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짐을 내려놓는다.
우리 일행의 오늘 목적지인 간드룩까지 4키로미터 남았다.
재미있는 것은 각 목적지까지의 발걸음 수를 적어놓은 것.
출발한 나야풀에서 8,848 걸음을 왔네. ㅎㅎ

휴식 중인 일행 주변에 다가온 아이들에게 정을 나누어 준다.

바로 흡입해 버리네 ㅎㅎ

초코파이 하나로 이렇게 초상권을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즉석카메라로 찍어 준 사진 속에 자신들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자 참 많이 흥미로워 한다.^^
폴라로이드 한 장에 세상을 얻은 듯이 기뻐하는 아이들.
여행 준비물 중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이었다.

나귀 떼는 여기서도 우리 일행을 스쳐간다.

산골마을 일가족이 함께 하고 있는 일 터.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
자신의 국가 스펠링에 의미를 담았다.
N(ever) E(nding) P(eace) A(nd) L(ove)!~!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비무장지대가 아닌 싱가포르가 있었네. ㅎㅎ

멀리 마차푸차레의 피쉬테일이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
신성시 하여 등산이 금지된 봉우리란다.
출발할 때까지 날이 좋지 않았는데...
구름이 걷히고 안나푸르나와 여신의 산 마차푸차레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일행이 향하는 곳은 멀리 보이는 마차푸차레 왼편으로 난 계곡을 통해 들어가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얼마나 가야 하는 것일까?

나귀 떼와 만났을 때에는 산등성이 쪽으로 붙어야 한다.
나귀에 밀려 산아래로 밀리는 날에는....
이 정도 비탈 정도면 그나마 괜찮은데
벼랑인 곳도 많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리막 길 뒤엔 또 그 이상의 오르막이...나타나겠지?

이런 길에서 나귀 떼를 만나면 반드시 등성이 쪽으로... ^^

트레킹 초반에는 이렇게 사이좋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생긴다. ^^

구름이 상당히 많이 걷혔다.
갈래가 우리더러 럭키가이란다.

멋쟁이 성호씨~~

그리고 현지인 후언선배 ㅋ

마차푸차레의 피쉬테일이 선명하게 보인다. ^^

멀리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며 한숨 돌려본다.

산 밑에서부터 후언선배를 따르던 강아지는 여전히...
전생에 무슨 관계가 있었나? ㅎㅎ


드디어 간드룩에 도착...
이 문을 들어서면 바로 숙소인 줄 알았는데
그냥 마을 입구였다.

트래킹 첫 날 숙소는 간드룩의 마운틴뷰
맵의 11번.

여기다.

숙소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
마당에 테이블에 앉으면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저 멀리 펼쳐져 있다.


안나푸르나 산줄기가 정면에 펼쳐진 풍광이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저 뒤쪽 어딘가...^^;

아~~ 시원~~하다.
이제 좀 살아나신 후언선배 ^^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7시간이 오늘의 트래킹 일정.
첫 날이니 컨디션 조절해가며 쉬엄쉬엄 걸었다.
그래도 힘든 하루였어... 첫 날이라...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이렇게 롯지해 짐을 내려놓는 기분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두 다리 쭈~~욱 뻗고 눈 앞에 펼쳐지 안나푸르나의 모습을 보며 상쾌함을 즐긴다.

우리 일행이 오늘 하루 묵을 방.
10호 ^^

2층에 마련된 방이다. 이렇게 복도로 방문들이 쭈욱 나있다. ^^

이 두 분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거지?
짐 풀고 밥 먹으러 갈까? 뭐 그런건가?

배낭에서 짐을 꺼냈다. 좀 가볍게 챙길걸...

식당으로 내려와 메뉴를 고른다.
주문을 하면 역시 한 시간 가량 지나야 음식이 나온다.

메뉴판의 사진은 여기저기 공용인가보다.
이렇게 음식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 ㅋ

치킨카레, 달밧, 달걀프라이 그리고 스페셜 달밧 ^^

음료 가격! 250미리 콜라 한병에 1,200원 조금 안되는...
이 곳 물가로 보면 상당한 가격이다.
역시 산이다.


달걀 프라이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1,450원.

스페셜 달밧이 7천원 정도로 산 아래에서 먹던 스테이크 가격과 비슷하다. ^^;

이 곳이 롯지 식당의 주방 ^^
주방장께서 부산히 움직이신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콜라 한잔.
달달한 것이 무척 땡긴다.

결국 환타 한병 더 추가 ^^
갈증을 달랬다.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안나푸르나 산봉우리를 타고 내려오는 석양을 감상한다.


한 폭의 그림 같다.
무엇인가 차분해 지는 느낌? 그런거?


식사가 나오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잠시 혼자 주변 산책을 나섰다.

간드룩에서 제일 높은 롯지에 다다랐다.
인근에 묵고 있는 트래킹족들이 안나푸르나의 석양을 눈과 렌즈에 담으려고 잔뜩 몰려있었다.
원하는 그림들은 담으셨는지...^^


태양열 집열판이다.
이 곳 롯지 샤워장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곳이다.
롯지 샤워장에는 태양열로 뎁힌 온수가 나오긴 하는데,
뒷 순서가 되면 잘 나오지 않아 냉수욕을 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부지런한 새가 온수욕 한다.

한가함이 느껴지는 롯지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식사가 나왔다.
달밧과 달걀프라이 ^^

이게 치킨카레 같고...^^;

요것이 스페셜 달밧 같은데... 아주 조금의 차이네...


미지근한 맥주도 한병... 이게 언제까지 넘어갈 수 있을까?

식사를 마신후 생강차 한잔으로 몸을 뎁힌다.
주무시나?

아니군...


하늘에선 별이 쏟아진다. ^^

방에 빨래줄을 걸었다. 이거 아주 요긴하다.

해발 1940미터의 간드룩, 우리나라의 한라산 높이 정도 되는 곳이다. 
1000미터의 나야풀에서 시작했으니 천미터에서 조금 모자르게 올라왔다.

올라오는 동안 짐이 참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챙겨온 것들이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했다. ㅎㅎ

어제 포카라에서 산 수면용 양말을 테스트 해봐야지~~^^
괜찮으면 몇 개 더 살 요량으로 ^^

내일 아침은 6시 기상, 간단한 메뉴로 7시에 식사를 하고 다음 여정에 나설 예정이다.

저녁 8시, 각자 가지고 온 책을 펼치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내 눈에 하나의 글귀가 들어온다.
왕양명의 시 '암중화'의 한구절 
'산 속에 핀 꽃은 내가 인식하지 않는 한 꽃이 아니다'

<타잔의 안나푸르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